좁은서재라고 불렀다
몇 년 전, 그러니까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의 이야기다.
서울이라곤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 멜빵바지를 입고 63빌딩에 놀러 갔던 게 전부인 나는, 이 거대한 도시에 연고도, 친척도, 친구도 하나 없었다. 그리고 돈도 없었다.
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 서울에 산다는 건 조금은 두렵고 우울한 일이지만, 새 출발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작은 모험심을 불러일으키는 설레는 긴장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. 하지만 서울에서 돈이 없다는 건, 어느 면으로 보나 좋을 게 없었다.
가진 돈을 탈탈 털어, 서울 변두리의 원룸을 구했다. 무척 작은 원룸이었다. 얼마나 작은지, 햄토리가 살면 딱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의 크기였다.
그러니 가구 혹은 가전제품은 필요도 없고, 사고 싶지도 않았다. 다만,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책 욕심은 그 작은 원룸에서도 끝내 버리지 못했다.
그만 사야지, 그만 사야지... 하면서도 책을 샀다. 볼이 터지도록 해바라기 씨를 모으는 햄토리처럼 책을 모았다. 급기야, 놓을 곳이 없어 책을 방바닥에 쌓기 시작했고, 책 더미가 발로 차일 지경에 이르러, 작은 책장을 샀다.
가구를 밀고 당기고 이리저리 돌렸다. 미세한 공간이 만들어졌다. 거기에 그 작은 책장을 뒀다.
기껏해야 서른 권 남짓의 책을 꽃을 수 있는 그 작은 책장을, 나는 서재라고 불렀다. 작다기보다는 좁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 서재에는, 내가 정말 아끼는 책들만 꽂았다.
'좁은 서재'는 그렇게 시작되었다.
지금은 이사를 했고, 그 서재도 남겨두고 왔지만, 나는 아직도 좁은 서재를 떠올리곤 한다. 그 작은 책장에 꽂을 책을 고르고 고르던 그 마음을.
written by. 사서B