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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도 고전을 폈다

⠀. 2020. 1. 6. 01:31

 

 

 

 

1.

 

한 권.. 두 권... 세 권... 네 ㄱ.. 세 권 반. 

 

지난달에 읽은 책을 정리하다, 문득 막막한 기분에 빠졌다. 한 달에 네 권이라니. 저것밖에 못 읽었나?

 

알라딘 보관함을 봤다.

 

'총 15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.'

 

읽고 싶은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'아직' 못 읽은 책이 157권이나 있다. 한 달에 4권이니, 이 추세면 39개월은 꼬박꼬박 읽어야 하는 양이다. 그 사이에 보관함에 얼마나 많은 책이 더 담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.

 

2018년 출판통계를 봤다. 

 

56,809 종의 책이 출간됐다고 한다. 문학만 해도 13,346종이나 된다. 

 

내가 5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하면(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지만), 한 달에 4권, 1년에 48권. 50년에 2,400권. 내 평생을 다해도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. 

 

이쯤에서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결론. 인생은 짧고, 책은 많다. 너어어어무 많다. 

 

 

2.

 

이 아득한 결론을 마주한 나는, 두 가지 다짐을 했다.

 

1. 앞으로는 책을 더 신중하게 고르겠다.

 

2. 아니다 싶은 책은 재빨리 내던지겠다.

 

이렇게 다짐을 하고 나니, 자연히 고전이라 불리는 책에 손이 갔다. 시대를 버텨낸, 세월이 신중하게 고른 책이고, 내던질 가능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(고전이라 불리는 책 중에선 고전이라기보단 고물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책도 더러 있기에, 비교적이라고 썼다).

 

외딴곳을 여행하는데 딱 한 끼밖에 먹을 수 없다면, 어제 오픈한 삐까뻔쩍한 가게보단 70년 전통의 가게의 문을 두드리는 마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. 신장개업한 곳도 나름의 특색과 노하우가 있어 장사를 시작했겠지만, 70년간 자리를 지킨 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.

 

물론 죽을 때까지 고전만 읽겠다는 건 아니다. 그저 신간보다는 고전에 무게중심을 둘 생각이다.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, 뒤쳐지는 것이 휩쓸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.

 

그래서, 나는 오늘도 고전을 편다. 어쩔 수 없이. 

 

 

written by. 사서B